 |
기업은행 110-030923-01-019
예금주 : ROTC17기 총동기회 |
 |
 |
 
| 게시물 번호 |
2658 - 1 |
작 성 일 |
2024-10-11 13:25:30 |
| 글 쓴 이 |
  최봉용 |
Homepage |
|
| 조회 : 385 |
임관45주년 기념 지리산종주 후기 |
|
|
|
[임관45주년 기념 지리산 종주 산행기]
나이 70이 다되어 지리산을 종주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위의 우려를 무릅쓰고 2024년 9월 30일 오전 동기들과 길을 나섰다.
날씨는 아주 좋았다. 전형적인 가을날이었다. 용산역에서 오전 10시53분발 KTX 열차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탔다. 오후1시반경 구례구역에 도착한다.
구례구역에서 택시를 타고 구례 읍내로 들어와 점심을 먹고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식사 후 차 한잔을 하면서 지리산 종주 계획에 대하여 다시 한번 논의를 하고 곧 이어 모텔에 들어가서 초저녁인 오후 8시부터 잠을 청했다.
[구레구역에서 좌로부터 김진홍, 전대윤, 장덕환, 최봉용]
10월1일 01:30 (기상)
모텔에서 새벽1시반에 기상했다.
2시에 예약해 놓은 택시를 타고 노고단 성삼재에 내리니 새벽2시25분이다.
10월1일 02:30 (성삼재 도착-해발1090M)
성삼재 주변은 어둠속에 고요하다. 화이팅을 외치며 성삼재를 출발한 시간은 새벽2시30분을 지나고 있었다.
헤드렌턴을 비추면서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니 3시20분이 된다 약 50여분이 걸렸다. 길은 넓고 좋았다.
대피소 임시 취사장에서 준비해간 빵으로 새벽 간식을 먹는다. 무슨 맛인줄 잘 모르겠으나 오늘 장거리 산행을 위해 구역구역 챙겨 먹는다.
3시40분 대피소 취사장을 출발하여 지리산 종주 시발점인 노고단 Gate를 통과하니 새벽4시가 된다. 여기서 우리 3명은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나온다.
10월1일 04:00 (노고단 종주시작점-해발1350M)
자 이제 진짜 종주 시작이다. 노고단 Gate에서 오늘 1박해야 할 세석대피소까지는 20.4Km로 보통 걸음으로 12시간정도 걸린다.
지금이 새벽4시니까 쉬지 않고 걸어도 세석대피소까지는 오후4시경이 지나야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걸어보자! 우리 3명은 조심스럽게 Gate를 지나 한걸음씩 나아간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지리산 종주는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으나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10월1일 05:16 (피아골삼거리-해발1336M)
한시간쯤 걸었다. 날씨가 선선해서 걷기에는 아주 최적이다. 더운 것보다 약간 쌀쌀한 것이 등산하는 데는 좋은 것 같다.
어둠속에서 표지판을 비추어보니 피아골삼거리라고 쓰여져있다. 임걸령 근처에 도착한 것이다. 10분간 휴식을 하였다.
우리 모두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다시 걷기 시작한 후 10여분만에 임걸령샘이 나타난다. 물을 보충하려다가 가지고 있는 물이 충분하여 그냥 지나쳐 나갔다.
10월1일 06:21 (노루목-해발1480M)
어둠속에서 앞사람의 불빛만 보고 걷는다. 일행 중에 한 명이 생리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볼일을 보고 나니 뒤에서 우리를 따라오는 등산객들의 불빛이 점점 가까워진다. 적절한 타이밍에 볼일을 봤다. 산에서 급한 볼일이 생길 때 어둠이 많은 도움을 준다.
걷다 보니 날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일출이 오전6시20분경이다. 지리산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았다. 노루목이라는 표지가 선명히 보인다.
10월1일 07:02 (삼도봉-해발1501M)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겹치는 지점인 삼도봉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십여 명의 등산객이 모여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야기중에 연령과 어디서 왔는지를 서로 물어보았다.
우리들은 그중에서 연령이 높은 축에 속했다. 물론 우리보다 서너살 나이가 더들은 시니어들도 있었지만 그분들은 지리산종주를 2박으로 계획하여 하루 걸음거리가 우리보다 적었다
우리들은 종주를 1박으로 계획하여, 하루에 20여 Km거리를 최소 12시간 이상 산행을 해야하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볼 때 부담이 되었다.
[삼도봉에서 좌로부터 김진홍, 장덕환, 최봉용]
10월1일 07:38 (화개재-해발1316M)
다시 걷기 시작하여 7시38분 화개재 표지를 지나친다. 왼편으로는 뱀사골이 9.2Km에 있고 주능선 전방에는 연하천대피소가 4.2Km 남았다는 표지도 보인다.
10월1일 08:26 (토끼봉-해발1534M)
연하천산장이 3Km 남아있다는 표지판과 더불어 그 아래에 토끼봉이라는 표지도 보인다. 고도를 200여M 이상 높이 올라왔다. 연하천이 점점 가까워진다
10월1일 10:14 (연하천 대피소-해발1425M)
우리앞에 넓은 공터와 커다란 건물들이 보인다. 연하천대피소다.
산행을 시작한지 7시간여만에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앞 탁자들에는 등산객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떤 등산객은 삼겹살까지 싸가지고 와서 구워먹고 있었다. 우리는 짐을 줄이기위해 간소하게 식사준비를 하였다.
밥은 대피소에서 햇반을 구입했다. 반찬은 김치와 멸치, 그리고 깻잎정도로 준비했다.
종주 산행을 위해 전부 4끼를 준비했는데 햇반은 대피소마다 들려서 구매를 했고 반찬은 아껴서 동일한 것으로 먹어야 했다.
연하천에서 한 시간정도 머무르다 오전11시10분 다시 출발을 하였다 다음 목적지인 벽소령 대피소까지는 3.6Km로 2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좌로부터 김진홍, 최봉용, 장덕환]
10월1일 13:15 (벽소령 대피소-해발1321M)
연하천을 떠난지 3시간이 지나 벽소령에 도착하니 연하천에서 만난 프랑스 젊은이 2명이 먼저와 반갑게 우리를 맞는다. 이 대피소는 일전에 1박한 경험이 있어 친근감있게 다가오는 대피소이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곧 그칠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 다르게 비가 옷을 적신다. 우비를 꺼내입기가 귀찮아서 가지고간 우산을 펼치고 세석대피소를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좌로부터 장덕환, 최봉용, 김진홍]
10월1일 14:20 (덕평봉-해발1521M)
비가 부슬부슬 오니 바닥이 미끄럽다. 특히 바위들을 오를 때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을 하다보니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한손에 우산 다른 한손에는 스틱을 쥐고 있다보니 위험하기도 하다. 우비를 쓰고 걷는 것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덕평봉 쉽터라는 표지가 보여 젖은 의자에 엉거주춤 앉아 10여분 쉬었다.
10월1일 14:52 (선비샘-해발1461M)
지리산은 주능선상에 샘물이 있어 물을 보충할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 우리들도 일단 목을 축이고 이곳에서 500ml 물병에 물을 가득채워 출발했다. 선비샘의 샘물은 졸졸 흐르는 정도로 수량이 적었다.
10월1일 16:10 (칠선봉-해발1552M)
비는 계속 부슬거리며 내린다. 세석을 가려면 칠선봉과 영신봉을 넘어야 한다. 그 첫번쨰 관문인 칠선봉에 예정보다 늦은 오후4시10분에 도착하였다.
세석대피소에 오후7시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입실이 거부될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가 날아온다. 마음이 다급해진다. 비도 오고 또 3명의 동기들 중 1인이라도 다리에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다.
누구라도 빨리 세석대피소에 도착해서 입실 등록을 해야만 할 것 같았으나, 비에 길이 미끄러워 빨리 가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기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천천히 산행을 하였다.
10월1일 17:20 (영신봉-해발1652M)
지리산 종주때 마다 영신봉 올라가는 길이 힘들었다고 기억속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칠선봉에서 영신봉을 넘는 길이 계단으로 바뀐 후로 영신봉 올라가는 길이 전보다 수월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신봉 표지가 나온다. 이제는 세석대피소에 다 왔구나 생각하니 표지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드디어 세석대피소건물이 눈앞에 보인다.
10월1일 17:37 (세석대피소-해발1650M)
[세석대피소 전방500m]
새벽2시반 성삼재를 떠난지 15시간만인 17시37분에 1차 목적지인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먼저 도착한 프랑스인이 나를 보더니 Congratulations! 이라고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앞의 벽소령대피소에서 담소를 나누었던 50대 등산객도 수고하셨다고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오늘 하루 15시간을 걸었으나 모두 피곤한 기색도 없이 저녁을 먹으러 취사장으로 향했다. 날은 어두워지고 비온뒤의 쌀쌀함이 느껴졌다.
대피소에서 햇반5개를 사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배정받은 대피소 안의 잠자리에서 피곤함으로 인해 곧 깊은잠에 빠졌다. 취침한 떄가 오후8시30분경으로 기억한다.
밤12시반경 소변이 마려워 잠이 깼다. 화장실이 외부 1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어 아주 불편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잠자리에 들어오니 거짓말 보태어 약 20분 정도 걸린다.
바깥은 초겨울의 날씨다. 화장실을 두번 다시 가기가 끔찍하다. 집의 화장실이 편하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왜 산에 오는가를 생각해 본다. 이 불편함을 느낌으로 평소의 일상생활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하찮은 불평을 안할 것 같다
오전2시40분 옆자리의 두 동기가 일어나 배낭을 꾸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나도 일어나 배낭을 꾸리고 출발할 준비를 하였다.
10월2일 03:00 (세석대피소 출발-해발1650M)
다시 출발이다. 정각3시에 세석대피소를 나왔는데 어제와 다르게 기온이 급강하했고 바람은 세차게 불고 있었다. 내 생전에 세석대피소를 4~5번 와본 것 같은데 이제 세석을 떠나면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겠냐는 상념에 잠기며 다시 한번 어둠속에 있는 세석대피소를 바라보며 다음 목적지인 장터목대피소로 걸음을 옮겼다.
10월2일 03:00 (촛대봉-해발1703M-> 세석대피소 복귀)
헤드렌턴을 비추며 앞으로 전진 또 전진을 하였다. 장터목으로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날씨가 춥다보니 걸음이 빨라진다.
천왕봉에서 오전 일출을 볼 수 있도록 일찍 출발했다. 주변에 걷는 등산객이 아무도 없다. 고요 속에 우리들의 가쁜 숨소리만 들릴 뿐이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만하다. 좋아하는 일이라 이렇게 미친듯 새벽에 등산하는 것이다. 싫어한다면 누가 돈을 준다고 해도 안 걸을 것 같다.
30분쯤 걸었는데 앞에 길이 사라지고 암벽이 나타난다. 암벽 앞에 길이 있으려니 생각하고 암벽을 살짝 올라타니 앞이 캄캄해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강풍이 불어온다.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바람이다.
바람에 몸이 붕 뜰 정도이다. 3명 모두 공포감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암벽을 내려와 다시 생각해봐도 어둠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잊어버렸다.
몇번을 왔다갔다 하다가 체온강하와 강풍으로 조난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우리가 머물던 세석대피소로 되돌아가기로 합의하였다.
오전 4시반경 세석대피소로 복귀한 우리들은 추위를 녹이며 오전6시반까지 다시 취침을 하였다. 본의 아니게 세석대피소를 지리산 종주 중 2번 이용하게 되었다.
나중에 GPS를 통해 안 일이지만 우리가 새벽에 간길은 장터목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막다른 길인 촛대봉으로 간 것이었다. 컴컴한 밤에 표지를 보지 못하고 길을 잘 못들어간 것이다. 길이 없는데 앞으로 진행했더라면 큰일 날뻔 했었다.
10월2일 10:41 (거림 탐방센터 해발650M)
아침7시경 기상상황을 고려할 때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까지 가는 것은 무리하다고 판단하여 일정을 변경하여 세석에서 거림탐방센터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하산한 지 거의 4시간만에 거림탐방센터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으며 임관45주년 기념 지리산 종주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종주는 계획대로 천왕봉까지 진행하지는 못하였으나 많은 교훈을 얻고 나름 의미있는 산행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동기3명이 15시간이나 걸리는 성삼재에서 세석에 이르는 20여Km의 산길을 무리없이 잘 걷고 동기들끼리 합심하여 건강하게 잘 하산했다는 것은 큰 성과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에 순응하고 무리한 야간산행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려운 기상 조건아래 1박2일간 지리산 종주를 같이 한 동기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뒤에서 응원해준 동기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5년만에 다시 찾은 지리산 종주 후기를 마치면서 임관50주년을 기다려 본다.
[거림탐방지원센터 좌로부터 장덕환, 김진홍]
|
|
|
|
|
|
[ 현재 페이지 전체 목록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