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온다는 예보만 있었지 때 이른 6월 더위에 도시농부는 지쳐만  가는데 홍천 쌍오포 동기들과의 연례 행사인 부산 모임은 장마비와 함께 다가 왔다. 

요번 모임은 부산 의리의 싸나이 김종관 친구가 주선을 했다. 시내는 좀 삭막하고 그래도 부산 냄새가 나는 젊은이 들이 모이는 원드써핑의 명소인 송정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한 더설레임 팬션으로 정했다고 한다.
역시 낭만을 아는 친구다.

예매한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부산을 향하는데 빗방울이 차창을 스친다.
일상의 생활에서 벗어나 친구들을 만나는 여정에 비가 오면 어떠리....
비가 온다고 전투 안하나?

사상터미널에서 지하철로 부산역으로 갔다. 일산에서 KTX로 내려 오는 서원 친구와 반갑게 조우해서 김종관 친구의 차로 송정해수욕장 근처 숙소를 향했다. 부산은 해안을 따라 길게 형성된 해양도시다. 볼 곳과 즐길 곳이 다양한 곳이다.

안동에서 승용차를 몰고 온 천영근 친구와 '월영교月映橋'로 활동하는 쌍오포 명예회원 권승 가수도 동행해서 1년만에 만났다.
여행은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아니었던가?
점심은 종관 친구가 사전 예약한 짚불구이 꼼장어의 원조 기장 꼼장어 식당으로 갔다. 짚불에 구운 시커먹게 겉이 탄 꼼을 먹는데 짚불 향이 깊게 배어 있어 묘한 맛이 있다.  부산에 왔으니 지방소주를 마셔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잔을 비웠다.

식사 후 내가 산행과 절 답사를 즐기는 것을 배려한 때문인지 기장군 장안면에 위치한 장안사를 향했다.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이슬 비가 내리는데 처음 가 본 절이지만 아주 포근한 느낌을 주며 뒷산은 불광산이라고 하는데 높지는 않지만 기상이 서려있다. 지령은 인걸이라 했던가?
기장은 해산물로도 유명하지만 포항제철 공화국을 만든 대한민국 진정한 보수이신 청암 박태준 회장의 고향이고, 불도저 시장으로 유명한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말년에 장안중학교 교장으로 봉직했다고 한다. 

오는 길에 부산에 오신 분들은 한번 쯤은 참배했을 바다와 연해서 기암괴석이 어우러 지고 풍광이 뛰어난 곳에 위치한 관음신앙의 성지 해동 용궁사에 들려 관세음 보살님께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국태민안을 빌었다.

부산의 회는 자길치 시장이 워낙 유명하지만 파도에 원드써핑을 즐기는 젊은이 들의 풍경을 보며 송정해변에서 모듬회에 기울이는 소주잔도 일품이었다. 안주로 삼는 군대 이야기는 끈어진 기억을 더듬으며 밤이 깊은 줄을 몰랐다. 근데 묘한 것이 있다. 쌍오포 친구들은 모두 술을 사양하지 않는 주당들이다. 마음을 젊게 하고 운동을 즐긴 탓인가?

저녁에는 나이들도 년만해서 이제 건강도 생각해야 한다. 주인장에게 보일러를 넣어 달라고 해서 등 뜨시게 잤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는데도 아침에 일어 나니 몸이 가쁜하다. 밖에는 비 바람이 거세다. 그래도 운동은 해야지.. 우리가 걷기로 단련 된 홍천 젓가락 출신 용사들 아니던가? 맨발 걷기의 전도사 서원 친구의 인도에 따라 송정해변 우중 맨발 걷기를 했다. 접지 효과 때문인지 비를 맞았는데도 몸이 상쾌하고 갑자기 허기가 진다. 근처 해장국집으로 옮겨서 해장에 막걸리를 몇순배 했다.

오전 일정은 가장군 임랑면으로 이동해서 임랑해수욕장 근처 생가 에 접해 있는 청암박태준 기념관에 들렸다. 서예도 즐겼던 청암의 일대기를 보니 그가 얼마나 위국헌신한 인물이었는지를 알겠다. 기념관은 구조와 동선이 예술적인 면모가 있고 직원들도 친절하며 생가 옆에 우뚝 서 있는 두그루의 우람한 곰솔이 박태준 회장의 모습과 오버랩이 된다.

점심은 근처 보리밥 식당에서 어릴적 추억을 생각하며 깡보리밥 비빔밥에 막걸리 7병을 가볍게 비웠다. 1박2일 일정으로 짧은 만남이 아쉬었지만  8/24 하계수련회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홍천 쌍오포 동기들은 첫 해는 선비의 고장 안동 일원에서, 두번 째 해는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신령스런 굴비의 고장 영광에서,
세번째 해는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요번에는 해양도시 부산에서 돌아 가면서 만남을 가지고 있다. 살다 보니 벌써 두명의 친구가 저 세상으로 이미 갔다. 요번에 수소문해서 전북대 이상철 동기가 합류를 했고, 동국대 목포고 출신 문상록 친구만 행방불명이다.
살아 있으면 언젠 간 만날 날이 있겠지....

아무튼 쌍오포 칭구들아 걸을 수 있을 때 자주 보자~*

          홍천 포병55대대(쌍오포) 동기명단

   김종관(경상대)  이상철(전북대)  송문식(동국대) 
   서   원(영남대)  천영근(건국대)  문상록(동국대) 
   남봉현故人(충북대)  안상훈故人(한양대)